무난해 보였지만, 무난하지 않은
“지능검사는 지침을 잘 숙지하고, 매뉴얼대로 실시하는 게 가장 무난해요. 표준화·구조화된 검사이기 때문에 초보 검사자도 무난하게 시행할 수 있어요.”
세종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센터에서 임상전문가를 준비 중인 선생님의 시원시원한 말씀에 정말 그런 줄 알았다. 아니, 나의 착각이었다.
시범 참관 후 맞닥뜨린 지능검사 실시는 처음부터 난관이었다.
첫 번째 소검사는 ‘토막짜기.’ 수검자는 정해진 시간에 제시된 그림을 보고 붉은색, 흰색으로 이루어진 총 9개의 토막을 사용해 그림과 같은 모양을 만드는 검사이다. 검사자가 검사 초반에 두 개의 토막을 사용해 시범을 보이고 나서 수검자가 시행해보도록 해야 하는데, 시범 과정에서 헛말이 나오고, 토막을 그림과 같은 모양으로 만드는지 아닌지 보느라 초 재기를 잊기도 했다.
두 개의 단어의 유사점을 물어보는 ‘공통성’ 검사와 제시된 단어의 뜻을 말해야 하는 ‘어휘’ 검사는 비교적 검사자 입장에선 무난했다. 하지만 숫자를 읽어주고, 이를 기억해서 말하도록 하는 ‘숫자’ 검사는 발음이 정확해야 수검자가 따라서 외워 읽을 수 있기 때문에 목소리 톤과 발음에 무척 신경 쓰였다.
수검자 입장에선 비교적 쉽게 접근 가능한 ‘행렬추론’ 검사는 검사자에게 큰 고비였다. 연습 문항부터 말을 많이 해야 했고, 수검자가 정답 반응을 하든, 오답 반응을 하든 꼼꼼하게 설명해줘야 했기 때문. 행렬추론 고비를 넘기고 나서부터 이어진 산수, 동형찾기, 퍼즐, 기호쓰기 검사는 그나마 흉내낼 수 있었다.
이번 연습은 전반적으로 너무나 허둥대고 헤맸다. 기록 용지에 꼼꼼하게 기록하지 못 한 상황에서 헤맬 정도였으니 제대로 했다면 어땠을 지 머리가 어지럽다. 특히 초시계 사용은 처음이라 미숙함이 그대로 드러났다. 초 재느라 수검자가 어떻게 하는지 까먹기도 하고, 또 수검자가 실시하는 모습을 관찰하느라 초 재기를 잊어버렸다. 연습밖에 답이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 아픔의 시간.
인턴 선생님들과 같이 이야기 나누다보니 어떤 부분이 어려운지,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공유하면서 부족한 점이 드러났고,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 반, 너무나 부족해서 연습을 수천 번은 해야할 것 같은 생각 반이었다. 첫 술에 배부르지 않다고, 연습을 많이 해봐야 한다는 교수님의 말씀을 머리에 새기며 일단 매뉴얼부터 꼼꼼히 숙지해두자.